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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비우기] 여행

2011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사고의 틀 전환 기회를 갖다

by Raimiste 2012. 5. 2.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도 어김없이 개최되었다.

  난 여태껏 디자인이라고 하면 대단히 어렵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비엔날레라는 행사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비엔날레 전시관으로 가게 되었다. 가고 싶진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전시실에 들어선 후 어려운 주제가 많고 난해하기만 한 작품도 있었지만, 이해해 보고자 해설을 끝까지 읽어본 후 작품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총 5개의 전시실과 구성되어있던 비엔날레관 중 2 전시실과 3 전시실에서 나의 발목에 족쇠라고 채워둔 듯 나의 발을 움직일 줄 몰랐다. 디자인과 관련된 작품만 전시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나는 순간 얼음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았다.

  그것은 바로 거울치료(mirror therapy)의 선구자 위치에 있는 라마찬드라의 TED 강의가 흘러나와 나의 고막을 때렸던 것이다. 더불어 미러박스(mirror box)도 함께 전시되어있었다. '이 사람도 TED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열의가 식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 강의를  듣다가 어렵게 발길을 옮겼다. 그러나 머지 않아 난 또다시 발길을 옮길 수가 없게되었다.
  그것은 바로 Brain-Computer Interface(BCI) 연구!! 석사 학위 논문을 진행하고 뇌파에 대해 공부하던 나는 우연이 이 연구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아직 미비한 수준이기만 했던 국내 연구들을 보더라도 이것은 재활에서 큰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연구도, 비엔날레 전시실에서 보았던 이 동영상은 다시 한번 나의 이 생각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되었고, 나로 하여금 '그래!! 해 볼만한 연구야!!'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기본 개념만 알고 있던 터에 전시실에 나온 동영상에 눈을 뗄 수 없어 한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너무 유심히 보았는지 주위에 사람이 모여들어 나와 동영상을 함께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개의치 않았다. 동영상이 흘러나오는 TV 앞에 실제로 해 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으나 비품이 어디론가 가고 없어 실제로 사용해보진 못하고 프로그램만 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발길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나의 발길을 잡은 작품은 한스 로슬링 박사의 TED 강의였다. 처음 한스 로슬링 박사의 강의를 접한건 광주대에서 열린 프리젠테이션 강의 때 였다. 그때의 강의는 대단히 아날로그 식이였다면, 이날 본 강의는 대단히 디지털한 강의였다. 잠깐 보았지만 참으로 열정적이며 디지털을 충분히 활용한 강의에 뒤통수부터 엉치뼈까지 한마리의 전기 뱀장어가 꿈틀대며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내가 요즘 번역이라는 놈에게 발로 채이고 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해설로 써놓은 내용이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는 한글로 작성되어서 였다. '에이~~ 니가 잘 몰라서 그런거 겠지!' 비단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거울치료 부분에서 비웃음이 나올 정도의 번역을 해 놓은 것이였다는 점이다. 비록 타인이 이 글을 본다는 건방지다 할 수 있겠지만 내가 평가했을 때 그 번역은 중학생이 했을 법한 번역문이였다. 해설이 보다 쉽게 읽힐 수 있었다면 보다 쉽게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2시간에 가까운 관람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정문으로 다시 돌아와서야 알게되었다.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여운이 남았다. 하지만 아침도 굶은 터라 식당에 들어가자 마자 곧 잊혀지고 말았다. 너무나 여운이 컸던지라 처음으로 이런 글로 남기고자 한다. ㅋㅋㅋ